2014년 2월 8일 오전 1시 러시아 소치라는 조용한 휴양 도시에서 동계 올림픽이 열렸다. 올해 겨울의 끝자락에서 요즘 우리들은 북구 먼 나라에서의 올림픽 경기를 보면서 잠시나마 힘든 일상을 잊고 있는 중이다. 지금 열리는 올림픽 경기를 보면서 나는 4년 전인 2010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렸던 동계 올림픽을 잠시 회상해 보았다. 특히 그때 기억나는 일이 당시 20세였던 김연아 선수와 32세의 이규혁 선수가 경기 후 흘린 눈물의 대비이다.
당시 김연아 선수가 최고의 연기를 하면서 따낸 피겨 여자 싱글에서의 금메달 소식은 온 국민을 열광의 도가니로 빠져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마지막 프리 종목에서 그 어려운 프로그램을 완벽하게 마치고 흘리던 김연아의 눈물을 보면서 눈시울이 젖어들지 않은 우리 국민은 아무도 없었으리라. 그때 흘린 20세 김연아의 눈물. 그 눈물의 의미는 금메달을 땄다는 성급한 안도의 눈물이 아니라 그동안 올림픽이라는 최고의 무대에서 최고의 연기를 보이기까지 흘린 땀방울이 헛되지 않고 무사히 연기를 마쳤다는 안도감과 모든 힘든 일을 이겨내고 그 자리에 서서 자신의 모든 기량을 충분히 발휘했다는 자신에 대한 만족감에서 오는 기쁨의 눈물이었으리라.
한편 다섯 번 올림픽에 도전해서 아무런 메달을 따지 못한 채 기자회견에서 ‘메달을 따지 못할 걸 알면서 도전하는 나 자신이 슬펐다’며 오열하던 이규혁 선수의 눈물도 있었다. 그 당시 32세였던 이규혁의 눈물. 오로지 올림픽이라는 최고의 무대에서의 입상이라는 필생의 목표를 향해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로는 너무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피나는 노력을 했지만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이제는 선수 생활을 접어야 할지도 모르는 이규혁 선수의 눈물은 이제는 더 이상 자신의 꿈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회한의 눈물이었으리라.
4년 전 나는 김연아 선수가 자랑스럽고 대견하면서도 어린 나이에 너무도 빨리 인생의 정점에 서 버린 그녀가 앞으로 남은 인생 동안 무슨 목표를 가지고 어떻게 살아가나 하는 걱정 아닌 걱정을 했었다. 하지만 그 후 약간의 슬럼프(?)를 딛고 4년이 지난 오늘날, 보란 듯이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하는 그녀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한편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94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동계 올림픽에서 16세의 어린 이규혁 선수가 우리나라 대표선수로 발탁되어 500m 스피드 스케이팅 종목에서 역주를 하던 모습을 나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당시 현지의 캐스터는 동양에서 온 어린 선수가 자신의 올림픽 첫 경기를 훌륭히 치렀다며 앞으로 더 성장하면 세계 스피드 스케이팅계를 이끌 유망주라고 칭찬했었다. 하지만 그때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올림픽에서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한 이규혁 선수가 서른여섯의 나이에 여섯 번째 올림픽에 출전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하는 김연아 선수만큼이나 대단하게 느껴지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이번 올림픽에서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하고 선수 생활을 접어야 할 가능성이 많은 걸 알면서도 많은 나이에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한눈팔지 않고 여태껏 매진해 온 이규혁 선수는 이번 올림픽을 끝으로 또 다른 인생의 목표를 세우고 지금껏 해 온 것처럼 열심히 달려가지 않을까?
이미 인생의 정점에 서 본 적 있지만 성공의 달콤함에 취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는 김연아와 정상에 서 보지는 못했지만 정상을 향해 묵묵히 달려온 이규혁, 둘 다 훌륭한 우리의 젊은이이다. 나 자신에게도 이들의 도전은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그들처럼 도전하고 꿈을 꾸자. 꿈을 꾸지 않는 자는 행복할 수 없다.
이제 내년이면 지천명의 나이에 들어설 나이지만 아직 꿈꾸고 있고 해야 할 일이 많기에 지금의 나는 행복하며 김연아, 이규혁 같은 훌륭한 젊은이들이 있어서 대한민국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고 생각한다. 4년 전 김연아가 흘린 기쁨의 눈물을 이번에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서른여섯의 이규혁이 20년간의 선수 생활을 훌륭히 마치기를 기원한다.
백승희/사랑모아통증의학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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