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모아 통증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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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비친 사랑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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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14-04-15 13:44
    [매일신문] [3040 광장] 삼고초려<三顧草廬>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134  



    삼국지의 주인공 유비가 제갈공명을 얻기 위해 그가 살던 초려를 세 차례나 방문하는 정성에 감동한 공명이 마침내 유비를 따라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는 삼고초려의 고사를 모르는 사람은 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삼고초려 이전에 이미 두 사람이 만나 가르침을 주고받은 인연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조조가 관도대전에서 원소를 물리치고 하북을 품에 안으면서 중원의 대부분을 차지한 욱일승천의 기세로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시점이다. 유비가 형주의 유표에게 의탁하여 눈칫밥을 먹고 있던 시절, 형주의 초야에 은둔하면서 묵묵히 자신을 갈고닦던 공명이 유비의 사람됨을 알아보기 위해 스스로 그를 찾아갔다는 얘기는 오늘날에도 어느 정도 정설로 인정되고 있는 얘기라고 한다. 황건적을 소탕한다는 대의 아래 관우, 장비 두 아우와 도원결의를 맺은 지 오랜 시간이 지난 이후에도 남의 식객 노릇이나 하며 그 성취가 더디던 유비의 됨됨이를 알아보기 위해 스스로 그를 찾은 공명이 한꺼번에 형주의 힘을 두 배로 키울 수 있는 방책을 알려 주었으나 공명을 시골구석에서 글줄이나 읽고 시답잖은 야심에 들떠 있는 젊은 선비쯤으로 여긴 유비가 그 이름조차 묻지 않고 그냥 그를 보내버린 사실이 바로 그 이야기다. 품 안으로 날아든 봉황을 알아보지 못한 채 현사를 찾는다고 떠벌리고 다닌 자신을 자책하며 부끄러움을 느낀 유비가 공명을 새로이 얻기 위해서는 온갖 정성을 기울여야 했을 것임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 사실이 아니겠는가?

    유비와의 첫 대면 당시 자신 같은 인재를 알아보지 못했다는 사실에 섭섭했다기보다는 군신이나 주종관계가 아닌 협객들의 의리와 인정, 인척의 정으로 맺어진 유비의 추종 인물들 틈에서 자신이 비집고 들어가 확고한 자리를 차지할 자신이 없을 것 같았던 점이나, 나이 마흔이 넘도록 뭐 하나 이룬 것 없는 더딘 성취에 실망한 공명이 유비를 주군으로 삼는 데는 많은 고민을 한 듯하다. 이렇듯 자신의 주인을 찾는데 고민하며 초야에 묻혀 살던 당대의 현사인 제갈공명을 유비가 세상 밖으로 끌어내려면 세 번이 아닌 열 번이라도 정성을 보여야 함은 당연지사가 아닌가 하고 나는 생각한다. 두 번을 허탕치고 세 번째 공명을 찾아온 유비에게 공명은 천하삼분지계를 설파하며 새로운 세계의 눈을 뜨게 해주고 유비의 간곡한 설득에 결국 세상에 나아가게 된다. 두 사람의 지난번 어색했던 만남은 지워지고 오늘날 우리에게 잘 알려진 저 유명한 삼고초려의 전설이 완성된 것이다. 유비를 따라나선 공명은 책략가로서 명재상으로서 유비를 보필하며 유비가 죽은 후 그 아들 유선에까지 충성을 다 하다 결국 오장원의 별로 지게 된다.

    역사는 반복되는 것이라 오늘날도 그 옛날 유비와 공명의 시대와 다를 바 없지만 이렇듯 정성을 다해 모신 인재가 주군을 위해 목숨 바쳐 충성하는 일은 요즈음에는 너무나 드문 일이 된 듯하다. 삼고초려보다는 이합집산이란 말이 더 잘 어울리는 요즘의 정치판이 우리 일반 서민들을 우울하게 만든다. 돈을 주고 인재를 살 수는 있지만 그 사람의 충성심은 사지 못한다. 유비가 공명을 얻을 때처럼 오직 정성만이 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형주의 유표가 죽고 그 아들 유종이 조조에게 투항하자 조조에게 쫓기던 유비는 강동의 손권에게 공명을 보내서 연합을 제안하게 한다. 유비의 명을 받고 혈혈단신으로 손권을 만난 공명은 당당하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해내가 크게 혼란하여 장군께서는 강동에서 군대를 일으키시고, 유 장군께서는 한남에서 무리를 규합하였으니, 조조와 더불어 천하를 다툴 것입니다." 이 절묘한 말 한마디로 공명은 아무 기반도 없이 쫓기던 자신의 주인 유비를 손권, 조조와 함께 천하를 다툴만한 영웅의 반열에 올려놓게 된다. 자신의 주군을 위해, 나라를 위해 백척간두의 위기에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고 이웃나라와 협상할 수 있는 제갈공명 같은 명 정치가를 과연 우리 시대에도 볼 수 있을 것인가? 바야흐로 지방 선거의 시즌이다. 여기저기서 무작위로 날아오는 후보자들의 전화와 문자 메시지가 우리를 짜증 나게 하는 요즘, 유비와 제갈공명의 삼고초려라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

    백승희/사랑모아통증의학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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